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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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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윤'은 14년간 단 한 번도 정규직이 되어본 적이 없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누린 적도, 적금을 들거나 자잘한 저축을 한 적도 없다. 심지어 1년에 통장잔고가 남아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여태껏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 일도 많다. 덕분에 한 끼의 밥을 시급으로 쪼개어보고, 원고지를 기준으로 글자수를 200으로 나누는 습관이 들었다.
한국의 최저시급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해 시급 1만 6,000원, 이를테면 기회의 땅, 호주로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호주의 닭 공장에서 눈물과 땀을 구별할 수 없는 시간을 배웠다. 공장 파트타임 노동자, 과외 선생님, 선글라스 판매원, 꽃 포장, 시상식 보조, 방청객 아르바이트, 뮤직바 서빙 등 서른 개에 가까운 아르바이트를 거쳐 결국 프리랜서 마감 노동자에 이른 알바생의 잔잔하지만 치열한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 《ize》에 ‘알바일지’란 코너를 부탁했던 것은 윤이나에 대한 믿음이자 응원이었다. 그가 좋은 글을 써 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아르바이트를 모두 다 하면서도 쓰고 싶은 글을 놓지 않고, 언제나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는 삶의 방식에 대한 응원. 이 책은 그렇게 성실함과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 도착한 땅이다. 그 삶의 여정이, 당신에게도 믿음과 응원을 줄 것이다. : 이것은 헬조선의 생태 보고서이자 그곳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의 투쟁기다. 고용인의 억지에 굴하지 않고, 최저시급에 무릎을 깨져가면서도 기어이 정글을 헤쳐 나가는 존재들. 작지만 소중한 그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88만 원에 묶어두기엔 우린 너무 귀하잖아?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6년 6월 24일자 '한줄읽기' - 한겨레 신문 2016년 6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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