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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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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도착의 사각> 등 이른바 '도착' 시리즈로 국내 독자들에게 서술트릭의 매력을 선보인 오리하라 이치의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200자 원고지로 2300매가 넘는, 오리하라 이치 작품 중 최고 분량을 자랑하는 <침묵의 교실>은 현기증 나는 다중 플롯과 다중 해결의 본격 미스터리물이다.
묘지 위에 세워진 학교,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 - 무기력하고 공허한 눈빛의 학생들, 수업 중의 무거운 침묵, 악의를 품은 듯한 누군가가 교실 어딘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이런 반에 담임교사가 붙인 이름은 '침묵의 교실'이다. 한편, 수수께끼의 인물이 발행하는 섬뜩한 '공포신문'에는 숙청 대상의 명단이 올라오고, 칠판에 그 대상자가 큰 글씨로 적혀 있다. 그리고 자행되는 잔인한 괴롭힘. 마침내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학급 동창회 공지가 신문에 실렸을 때, 복수를 맹세한 자가 세운 대량살인계획이 은밀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사춘기란 참 잔인한 시절이란 생각이 들어. 아직 어린 나인데 몸은 어른이니까 정신적으로 굉장히 불균형한 상태지. 그 불균형을 견디느라 짓궂은 장난도 치게 되는 걸 거야. 안 그래?"라고 한 한 등장인물의 말처럼 이 소설은 사춘기 소년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공포와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주무르고 있다. 프롤로그 : 이 작품은 서술이 주는 서프라이즈보다 다양한 문체가 자아내는 서스펜스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쉽게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오히려 뭔가 함정이 있을 것만 같은 예전의 거칠었던 감촉이 옅어지고 세련된 말투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학교 괴담을 모티프로 한 호러풍의 1부, 다중 플롯의 수수께끼로 독자를 미궁으로 빠뜨리는 2부,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현기증을 일으킬 듯한 해결편의 3부가 전체적인 균형을 이룬 대작이다. 작가의 빼어난 솜씨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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