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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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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논픽션, 팩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작가 이수광의 장편소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산송 기록과 이항복이 지은 <유연전>을 바탕으로 하는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는 고루한 역사적 사건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속도감 있는 문체와 치밀한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갖춘 인물들을 통한 '역사적 사실'의 재해석이다.
이창래는 성주 부자 박수하의 며느리인 이숙영의 오빠로 양반이라는 신분 하나만 믿고 온갖 파렴치한 짓을 일삼고 다니는 무뢰배이다. <차랑, 왕을 움직인 소녀>는 이창래가 조선의 선비들 사이에서 만권당이라 불리우는 서옥 하헌당에서 한 권의 책을 훔쳐 읽고 꾸며낸 간계에 얽혀버린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들 행세를 하는 사기꾼과 며느리, 사돈이 한통속으로 박수하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한 사기극을 벌이는 와중에, 아들딸을 혼례 시키려던 박수하 일가와 박경여 일가는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당자리를 두고 철천지원수가 되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고,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나섰던 언니까지 잃은 차랑은 가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조선 사대부의 권력에 피나도록 맞부딪친다. 이창래가 벌이는 희대의 사기극, 박수하의 딸 차랑과 박경여의 아들 박원규 사이에 피어나는 로맨스, 명당을 두고 두 가문이 펼치는 팽팽한 대결 등 흥미롭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 담겨 있다. 작가는 미처 예상치 못한 사기극의 전말, 그 속에 숨은 음모와 계략, 사건의 한가운데 자리한 소녀 차랑과 그녀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조선 시대의 유교적 윤리에 억압되어 있던 사대부들의 욕망과 그 욕망이 표출되는 모습을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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