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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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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 세계의 두둑을 단단하게 다져 온 작가 전미화의 <그러던 어느 날>은 글 없이 진행되는 그림책이다. 지치고 다친 어느날, 주인공에게 화분 하나가 배달된다. 용서해 달라는 지난 애인의 편지와 함께. 꼴도 보기 싫어 구석에 던져두었지만 축 처진 줄기를 보니 여자는 어쩐지 미안해진다. 볕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주고 가끔씩 물을 흠뻑 주니 화분은 힘을 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하루하루 몸을 키우는 식물에게 어느새 처음의 화분은 비좁아 보인다. 큰 화분으로 옮겨 주고 나니 작은 화분이 빈다. 사은품으로 딸려 온 씨앗이 있어서 손에 흙이 묻은 김에 그것도 심어 본다. 이럴 수가. 초록은 성실하게도 새 잎을 내었고, 여자의 몸속에 어떤 힘이 들어차기 시작하는데….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국일보 2019년 6월 13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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