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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의 시산문집. 2014년부터 김혜순 시인이 문학동네 카페에 '고독존자 권태존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였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연재를 시작하는 당시에 시인은 글쓴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줄 것을 당부했었다. "인터넷 공간에 연재되는 글 뒤에 붙는 댓글이 '나'라는 사람과 무관하게, 그곳에 쓰인 글만으로 읽혀지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훗날 시인은 말하였다.

연재 당시 시인의 닉네임은 '쪼다'였고, 글과 함께 간간 선보였던 그림은 시인의 딸이자 화가인 '이피'의 작품을 덧댄 것이었다. 이피의 드로잉들은 글에 맞춤하기 위해 새롭게 그려낸 작품들이 아니라 글들 이전에 존재했던 드로잉들로 글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바라며 이피가 골라준 작품들이었다.

수상 :2023년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19년 그리핀 시 문학상, 2019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12년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2008년 대산문학상, 2006년 미당문학상, 2000년 소월시문학상, 2000년 현대시작품상, 1997년 김수영문학상
최근작 :<[큰글자도서] 김혜순의 말>,<김혜순의 말>,<시를 잊은 나에게> … 총 70종 (모두보기)
소개 :
최근작 :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SAIC)에서 파인아트 BFA, MFA 과정을 마쳤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뉴욕, 고양, 난지 등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혜순 (지은이)의 말
이 글과 그림들은 ‘고독존자 권태존자’라는 제목으로 문학동네 카페에 약 8개월간 연재되었습니다.(그러나 엄밀히 8개월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7×7=49일간 연재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때2014년 4월 이후는 무척이나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도대체 영혼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끝없이 연재하던 글의 제목을 후회하고, 글을 발설하는 자의 별명(쪼다)을 후회했습니다. 안산에 있는 제가 근무하는 학교(서울예술대학교)에 출근하기 위해 역에 내리면 역 앞에 늘 서 있는 버스에 플랜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엔 ‘상담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바람은 꿈 분석을 싫어한다, 바람은 집중 치료를 싫어한다’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말이 미친 사람처럼 자꾸만 중얼거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난데없는 그런 중얼거림이 다시 연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연재를 시작할 때도 끝낼 때도 제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에게도 혹시 글쓴이의 이름을 깨닫게 되더라도 이름을 밝히는 스포일러는 되지 말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 연재되는 글 뒤에 붙는 댓글이 ‘나’라는 사람과 무관하게, 그곳에 쓰인 글만으로 읽혀지길 바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투명한 시에 이르고 싶었습니다. 이런 갈망이 나날이 깊어지니 유체이탈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내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이렇게 몸을 이탈한 경험들 때문에 불안과 고독과 권태가 차례대로 엄습했습니다. 이런 악순환에 괴로워하다보면, 또다시 문득 첫 경험인 듯 무언가가 둥싯 떠올랐습니다. 부피는 있는데, 무게는 없는 그것이. 몸을 버린 냄새와 같은 그것이, 소리와 같은 그것이, 이미 유령이 된 그것이. 이런 반복으로 불안과 고독과 권태가 나의 시의 형이상학이 되었습니다. 신비 없는 우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몸을 버리고 떠올라 ‘나’를 내려다보는 그것을 시적 발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적 발생이라는 타자가 몸에서 불쑥 솟아오르면 나의 테두리 반경이 한없이 늘어나고, 나라는 개인의 경계가 흐릿해진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 속에서 ‘시산문’ 같은 어떤 관찰의 결과물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나는 노숙자에 대하여 쓰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를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모차르트에 대하여 쓰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를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도시를 떠도는 저 개를 쓰는 척했지만 사실은 나를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쓰는 척했지만 저 아래 저렇게 낯선 바닥인 또다른 나를 쓰고 있었습니다. 글쓰는 나는 이미 써진 삶입니다. 그것을 이렇게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시라고 하면 시가 화냅니다. 이것을 산문이라고 하면 산문이 화냅니다. 시는 이것보다 높이 올라가고, 산문은 이 글들보다 낮게 퍼집니다. 이것은 마이너스 시, 마이너스 산문입니다. 이것을 미시미산未詩未散이라고 부를 순 없을까, 시산문Poprose이라고 부를 순 없을까, 시에 미안하고 산문에 미안하니까. 이것들을 읊조리는 산문이라고, 중얼거리는 시라고 부를 순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시로 쓸 수 있는 것과 산문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 두 장르에 다 걸쳐지는 사이의 장르를 발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나를 관찰하면 할수록 불안이 깊어지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권태와 고독이 의인화된 사람이 된 그 사람이 쓴 글입니다. 그 사람을 나라고 불러본 사람이 쓴 글입니다. 이 글들은 장르 명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존재하는 미지의 나라, 애록AEROK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자리, 생각만 해도 현기증나는 그 멀고먼 나라, 시의 나라를 그리워하면서 쓴 글입니다. 시 같은 것도 있고, 산문시 같은 것도 있고 단상 같은 것도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김수영의 말, 산문을 쓸 때도 자신은 시인이라는 보들레르의 말 사이의 길항을 붙들고 쓴 글입니다. 쓰는 동안에 거룩함이라는 쾌락, 연민이라는 자학, 건전함이라는 기만에만은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민정과 윤정, 필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16년 3월
이피 (그림)의 말
“나는 매일 일기를 쓰듯, 그렸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들려고 하면 잠과 현실 사이 입면기 환각 작용이 살포시 상영되듯이 나에겐 어떤 ‘변용’의 시간이 도래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이면 구체적 몸짓과 감각, 언어로 경험한 하루라는 ‘시간’이 물질성을 입거나 형상화되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시간의 변용체인 어떤 형체를 재빨리 스케치해두고 잠들었다. 그것은 대개 하루 동안 나를 엄습했던 감각의 내용들을 기록한 것이라 해도 되겠다. 내 일기가 점점 쌓여갈수록, 나는 폴 크뤼첸Paul Crutzen이 말한 대로 우리의 지구가 신생대 제4기 충적세Holocene, 인류가 급팽창하여 지질을 급속도로 바꾸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지난다고 주장한 견해를 나의 ‘일기적 형상’들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형상들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서 생겨난 에일리언들 같았다. 나는 그 형상들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나 또한 ‘이피세LeeFicene’라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피의 진기한 캐비닛The Cabinet of Fi’s Curiosities> 전시 카탈로그에서 인용함.
글과 함께 드로잉이 게재되면 드로잉은 글의 재현이나 해석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글에서 영감을 받은 삽화쯤으로 취급을 받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드로잉은 글의 미술적 재현이 아니다. 이 글들 이전에 드로잉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나의 여러 드로잉들 중 하나나 둘을 골라 글 옆에 놓아드렸다. 둘 사이에 ‘케미’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3월

문학동네   
최근작 :<힘내는 맛>,<양의 사수 4>,<양의 사수 3>등 총 4,271종
대표분야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49,721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4,249,048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151,75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