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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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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작가가 2008년 출간한 <지금 행복해> 이후 5년 만에 펴낸 소설집.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모았다. '작가의 말'에서 "유년기와 첫사랑, 청춘 시절처럼 오래된 기억은 천억 개가 넘는 뇌세포 가운데서도 안쪽 깊숙한 데 숨어 있었다"라고 고백하고 있거니와,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기억으로 포장된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외적으로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유희'가 있긴 하나, 그 역시 큰 테두리에서 보자면 역사의 기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강직한 인물의 죽음도 사소하게 묻혀버리고 마는 시간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유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인간이 정말>에 담긴 작품들에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한 대단한 사건도, 비범함을 지닌 영웅과 누군가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악인도 없지만, 사소하고 미미하고, 그래서 평범한 이 순간들에는 인간의 맛이 진하게 배어 있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차지고 따뜻한 밥 한 숟갈이 허기진 배를 채워주듯, 그렇게 세상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작가 성석제의 오래된 기억, 그것이 그의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론도 : 성석제는 능청꾼이되 한두 번 정도의 실패에는 끄떡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한 능청꾼이다. 그런 점에서 성석제는 그가 만들어내는 어처구니없는 엉터리와 영웅 들을 닮았다. 그는 냉정하고 싸늘한 시장 한복판을 소리 없이 누비고 다니는 쿨하고 깔끔한 낭만주의자이다. 그런 성석제를 읽고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런 독자 또한 대단한 ‘어처구니’가 아닐 수 없다. : 맞선: 『이 인간이 정말』과 O157 대장균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일보 2013년 9월 28일자 - 한겨레 신문 2013년 9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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