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과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함께 연상시키는 온다 리쿠 또 하나의 대표작. 배우 집안 출신의 엘리트 여배우 아즈마 교코와 제대로 된 연기 수업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수수께끼의 소녀 사사키 아스카의 오디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각본가인 가미야. 그녀는 어느 날 거리에서 웬 소녀가 옆 사람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을 목격한다. 소녀는 단순하게 몸동작을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존재를 감추고 상대방이 되어 있었다. 한편 아라가키와 다쓰미 등의 단원들에게 몸집도 작고 용모도 수수한 소녀가 입단 의사를 밝힌다. 적당히 거절할 생각으로 입단 테스트 과제를 준 단원들. 하지만 소녀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해 보인다.
소녀의 이름은 사사키 아스카로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아즈마 교코. 젊은 나이에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배우이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망설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신 국립극장 개관 광연의 주연 여배우 선발 오디션이 비밀리에 시작되며 두 여배우가 만나게 된다. 1차 오디션이 실시되고. 예순에 가까운 베테랑 여배우 이와쓰키 도쿠코, 하즈미, 아오이, 그리고 아스카 네 명이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오디션을 받는다.
오디션의 과제는 영국 소설가 사키의 단편 ‘열린 창’. 하지만 소녀와 소녀의 큰어머니, 남자 세 사람이 등장하는 극에 배우는 단 두 사람뿐이다. 혼란스러워하던 배우들. 그러나 아스카는 처음부터 배우가 두 사람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연출로 훌륭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이를 지켜보던 가미야는 아스카가 언젠가 거리에서 보았던 소녀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비밀리에 오디션장을 찾은 교코. 그녀는 경합을 벌이게 된 네 명의 오디션 지원자들의 2차 오디션에서 상대역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는데...소설은 실제 눈앞에 존재하는 듯한 무대 위로 인간의 보편적인 열정과 노력의 드라마를 펼쳐보인다. 천재와 노력파 두 여배우의 대결 구도, 거기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무대장면을 박진감있게 그렸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온다 리쿠의 《나와 춤을》《유지니아》《에피타프 도쿄》《달의 뒷면》 등을 옮겼으며, 특히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일본 고단샤에서 주최하는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애프터 다크》《잠》, 미야베 미유키의 《세상의 봄》, 미쓰다 신조의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오가와 이토의 《초초난난》 등 다수의 일본 문학은 물론, 《데이먼 러니언》《어두운 거울 속에》 등 영미권 작품도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