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성의 삶은 마치 해외 입양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비극만을 모아서 압축한 것 같다.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아로, 지금은 미국의 한 일간지 편집국장인 엘리자베스 김의 자전소설의 제목은 <만 가지 슬픔>이다.
책 첫머리부터 등장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그녀의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숨어서 지켜본 기억이다. 미국인의 아이를 낳았다고 괄세받던 그녀의 어머니는 집안 남자들이 아이를 식모로 팔아버리려 하자 그녀를 도망치게 해주려고 목숨을 내놓는다. 아이는 식모가 되지 않은 대신 고아가 되어 미국의 목사에게 입양된다. 하지만 양부모는 정통 기독교 신앙을 채찍으로 아이를 숨막히게 하고, 고교 졸업 후 부모가 맺어준 남편은 그녀를 때린다. 숱한 상처를 뒤로 하고 딸 '리'와 자유를 찾은 그녀는 이제 행복할까? 많은 휴먼스토리는 손쉬운 해피 엔딩을 보여주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여운이 큰 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도 그녀는 강간, 남자들과의 불행한 연애, 몽유병, 우울증 등에 시달린다. 그녀는 섣부른 행복을 찾았노라고 주장하는 대신, 자기 속에 있는 '만 가지 슬픔'과 영원히 사이좋게 살아가기로 선택한 듯 하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게 놓아두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마음껏 표현함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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