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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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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없는 우울증과 뇌종양 판정, 약 7년간 다니던 기름정유회사 퇴직으로 불안정해진 수입. 길을 잃었다. 하지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왔듯 남들과 조금 다른 여행을 해나간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라고 물으며 일단 유럽으로 훌쩍 떠난 김비X박조건형 부부.
열세 시간 끝에 온, 난생처음 밟은 유럽 땅이지만 '본전'은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여긴 가봐야지'라는 마음은 저 멀리 둔 채 발길 닿는 대로 간다. 손잡고 유럽의 골목을 거닌다. 애초에 정해놓은 관광 코스가 없기에 길을 잃을 일도 없다. '별것 아니어도 예쁘게' 보는 두 사람의 시선으로 어느 곳이든 아름다운 여행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곳만 콕콕 집어 다니는 관광과 달리 유랑하듯 물처럼 흘러가는 여행에는 답도 종착지도 없다. 삶도 그렇다. 누군가는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시간조차 사랑으로 가득했기에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두 사람이 보여준다. 여행 말미에 알프스 산맥을 마주한 이들 부부가 '실패한 여행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같이 웃고 있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김비X박조건형 부부의 글과 그림을 보며 유럽의 고요하고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특정 장면은 사진과 그림이 함께 배치되어 사진을 자신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박조건형 그림의 매력을 배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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