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명의 '악동'을 통해 고등학생 청소년들의 고뇌와 우정, 꿈을 그려낸 성장 소설. 부모 세대의 그릇된 기대와 사회적 제약 속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일탈과 전복을 꾀한다. 공부와 씨름하는 동안 학교 바깥에서 펼쳐지는 세상을 동경하고, 등굣길에 마주친 이성을 그리워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지금 자신들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는 안타까움으로 눈물지으며 성장해 간다.
<머저리 클럽>의 시간적 배경은 1970년대 중반. 온 나라가 근대화와 새마을운동에 박차를 가하며 숨 가쁘게 달려가던 시절이다. 학교에서는 군사 훈련이 실시되었고, 남녀칠세부동석이 절대적인 도덕관념으로 맹위를 떨쳤다. 청소년들은 규율과 규범에 복종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애국시민으로 자라야 했다. 하지만 그처럼 살벌하던 시절에도 낭만은 살아 있었다.
폭정 속에서 민초들의 저항의식이 들불처럼 번지듯,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멋을 아는 청소년들의 일탈은 낭만적으로 전개되었다. 클럽(학교에서는 음성 서클이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문화가 활성화되었고, 기타 연주는 기본 덕목이었으며, 시 한 편 정도는 외고 있어야 사람대접 받았다. 연애질은 서툴고 유치했지만, 신사적이고 낭만적이었다.
이처럼 '이 시절'은 결국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세대가 소통하는 접점이 된다. 우리의 아이들이 내가 지나온 시간의 터널을 똑같이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른들 역시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앞서 지나갔다는 사실을 이 소설이 일깨워줄 것이다.
최인호 (지은이)의 말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드리는 책
요즘 들어 오래전 사진첩을 꺼내 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기억이 더 또렷해지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 불과 5년 전 일은 기억이 희미한데, 중고등학교 까까머리 시절의 기억은 오히려 눈앞에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당시에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그때 가졌던 생각과 감정까지도 오롯이 전해져와 한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날것 그대로 살지 못한 그 이후의 시간들이 부끄러워지고는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학창시절은 가장 찬란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에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눈 내리는 날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고 낙엽 흩날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슬픔에 잠겼던 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성스러운 시간이 일 초 일 초 흘러가고 있음을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원고는 내 순수의 끄트머리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평생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새기듯 써내려간 것이다. 이 책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땅의 청소년들과,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