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비싼 애완견도,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특한 개도 아닌, 그저 시골집 마당 한구석에서 씩씩하게 뛰어다니고 목청이 좋아 낯선 이를 보면 컹컹 소리높이 짖는 것이 유일한 장점인 개 장발의 이야기. 장발과 장발의 주인 목청씨와의 따뜻한 우정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평범한 개 장발의 일생에도 희노애락이 뚜렷이 존재한다. <나쁜 어린이 표> 등 일련의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손바닥 보듯 읽어낸 작가 황선미가 이번에는 고향집 개의 일생을 그려냈다. 푸른 개 장발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펼쳐보인다.
한 번도 좋은 적이 없는 장발의 일생. 어미 누렁이는 특이한 털색 때문에 장발을 마뜩찮게 여겼고, 다른 형제들은 장발을 따돌린다. 게다가가족들은 개장수에게 끌려간다. 긴 세월을 함께 보낸 주인 목청씨와 장발 사이에는 고운정보다 더 질기고 무서운 미운정이 쌓여간다.
슬픔과 이별이 꼭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장발의 일생을 보면 깨닫게 된다. 죽음을 슬픈 것이지만 장발처럼 죽을 수 있다면, 장발처럼 인생을 살았다면 눈물 끝에는 작은 미소가 한자락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