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성악곡 DVD가 예상외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모테트까지 나왔는 것은 놀랍다. 바꿔 말한다면 당분간 모테트 영상물로는 이 DVD가 유일할 것이란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최신 영상물은 아니다. 헬무트 릴링과 그가 1953년에 창단한 게힝거 칸토라이 슈투트가르트의 1990년 자료이며 핸슬러 레이블에서 CD로는 나왔던 것이다.
워낙 경험이 풍부한 지휘자와 합창단이라 연주 수준은 높다. 모차르트가 감격했다는 BWV 225 `주님께 새 노래를 드립니다`에서 빠르고 폴리포닉한 악구를 어려움 없이 불러내는 기량이나. 음량은 진폭을 넓게 펼치는 극적 효과에 연연하지 않고 바흐의 진실에 다가서듯 담담하고 성실한 소임을 다하는 릴링의 자세는 귀감이 될만하다. 대신 영상물로서의 재미는 덜하다. 릴링의 지휘는 시각적으로 특이점을 찾기 어렵고 교회에서의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카메라 워크의 고민도 보이지 않기 때문. 아트하우스 DVD답지 않게 음질이 좋지 못한 것도 약점인데 다만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점이 다행이다.
바흐의 성악 DVD로는 존 엘리어트 가디너의 칸타타 순례 공연(BBC)과 국내 라이선스로 나온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강림절 콘서트(스펙트럼)를 권한다. 연주장의 배치에 무척 신경을 쓴 가디너의 특징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아르농쿠르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두 영상물 공히 독창진이 화려한 것도 포인트인다.
한편 `마태 수난곡`은 한글자막 DVD(스펙트럼)로도 나왔다. 지휘자 에노크추 구텐베르크는 독일 바바리아 주의 시골 아마추어 합창단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그가 지휘한 `B단조 미사` 역시 DVD로 나와있디. 이밖에 스티픈 클레오베리의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 마사키 스즈키와 바흐 콜레기움 저팬의 `요한 수난곡`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다. - 발췌 : 유형종 / Joy classic (2003/08)

Poppea : Patricia Schumann
Nerone : Richard Croft
Ottone : Jeffrey Gall
Otavia : Kathleen Kuhlmann

Conductor : Rene Jaco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