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자마자 알랭 드 보통이 떠올랐다.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남긴 독특한 여행기이자 관찰기 <공항에서 일주일을>이 겹쳤기 때문이다. 물론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가 남긴 여행기는 무려 200년도 전에 쓰였으니 당연히 공항은 꿈꿀 수 없었고, 초대받은 상주작가가 아니라 자기 방에 감금된 처지였으니 훨씬 우울했을 텐데도, 어디로 떠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떠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둘이 똑 닮았다. 역시 알랭 드 보통은 이미 그를 알아보고 훌륭한 여행자였다고 평했다.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금지된 결투를 벌인 죄로 42일 가택연금형을 받았다.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니 너무나 무료한 나머지, 그간 일상에서 마주하며 지나쳤을 물건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서가에 꽂힌 책이 그때 나에게 어떤 감흥을 주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드러난 것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게 바로 여행이고, 그렇다면 여행은 내 방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니, 그는 자유를 속박당하는 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당신의 방 안에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