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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l 풀빛 그림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은이) |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김경연 (옮긴이) | 풀빛 | 2000-11-01 | 원제 Der Schilderput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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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 30쪽 | 297*210mm (A4) | 437g | ISBN : 978897474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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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
* 작가 인터뷰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아저씨,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 왜 이제서야 나타나신 거예요?"
아, 정말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는 이렇게 밖에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답니다. 게다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입술에서는 말할 수 없이 다정한 친밀감이 퐁퐁퐁 샘솟고 있었죠. 자, 그럼 여러분에게도 이 아저씨를 소개할까요?

잘 들어봐요. 아저씨는 아침 7시면 일하기 위해 집을 나선 답니다. 그리고는 "탈의실에서 파란색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파란색 고무 장화를 신고, 비품실로 건너가, 파란색 사다리와 파란색 물통과 파란색 솔과 파란색 가죽 천을 받"죠. 바로 이 문장에서만 "파란색"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세어보겠어요?

예, 바로 6번이예요.

그런데 여러분처럼 "파란색"이란 단어를 세고 있으려니 기억 저편에서 한 가지 영상이 '붕~'하고 떠오르네요. 뭐냐구요?

음... 어렸을 때, 색깔 공부라는 걸 하잖아요. 이건 빨간색, 저건 파란색 하는 아주 기본적인 색깔 공부 말이에요. 전 아마도 그 공부를 열심히 했었나 봐요. 한 번은, 그림책을 보다가 "초록색" 신호등을 "파란색"으로 표기해 놓은 걸 발견하게 되었죠. 그때 저는 단호하게 "이건 초록색이라구!"하며 소리쳤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바로 그 '초록색' 신호등이 퍼뜩 떠올랐던 거예요.

왜냐면 아저씨를 소개하는 첫 그림에서 아저씨는 분명히 초록색 옷을 입고, 초록색 물통을 들고, 초록색 사다리와 초록색 솔과 초록색 자전거를 탄 모습으로 등장하니까 말이죠. 물론, 예전의 그 색깔 공부를 열심히 한 어린아이의 눈이었다면 지금도 아마 "초록색!"이라고 외쳤겠죠?

그런데 참 다행히도 이만큼 자라는 동안 "색(色)은 다분히 주관적이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러니 제가 초록색(아마 더 분명히 말한다면 '프러시안 블루'라고 해야겠지요. 고흐가 즐겨 사용했다는 색이요.) 옷을 입은 아저씨에게 아무 트집도 잡지 않았던 거죠. 더불어, 그냥 이 아저씨가 너무 좋아졌거든요. 특히 그 둥글둥글한 아저씨의 코는 손으로 한번 잡아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매력적이었답니다.

이런, 우리가 수다를 떠는 동안 아저씨가 벌써 출발했는걸요! 저기 좀 보세요. 마치 파랑새 떼들처럼 청소부 아저씨들이 우루루 몰려가잖아요. 지금, 거리의 표지판을 닦으러 가는 중이래요. 아저씨는 "바흐 거리·베토벤 거리·하이든 거리·토마스 만 광장" 같은 곳에서 거리의 표지판 닦는 일을 하세요. 오늘도 그 표지판들을 닦으러 가는 거구요.

어~, 잠깐! 당신도 이 책이 동화책이란 건 알고 있죠? 그렇담 아저씨가 이렇게 청소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시겠죠? 계속 이렇게 표지판만 닦고 있으면 아이들이 심심해 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걱정일랑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작가가 지금 막 한 꼬마를 등장시켰거든요.

그리고 이 아이의 말이 실마리가 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 동안 아저씨는 거리에 이름 붙여진 예술가들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있었는데요, 아이로 인해 이 예술가들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그 다음엔 아저씨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먼저 예술가를 두 분류로 나눴습니다. 하나는 음악가들이구요, 또 하나는 작가들이에요. 그리고 나서는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 정보를 수집하고, 공연날이 되면 좋은 양복을 꺼내 입고 음악회장에 갔습니다. 자, 아저씨가 음악회장에서 무얼 느꼈는지 한번 보세요.

"음악소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어. 조심조심 커지다가, 둥글둥글 맞물리다, 산산이 흩어지고, 다시 만나 서로 녹아들고, 바르르 떨며, 움츠러들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우뚝 솟아오르고는, 스르르 잦아들었어."
음악소리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죠? "둥글둥글 맞물리다....바르르 떨.....솟아오르고... 스르르" 저는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이 문장이 오히려 더 음악 같다는 생각이 했답니다. 음악소리에 맞춰 어깨가 들썩이는 것처럼 어깨는 자꾸 위로 붕붕 떠오르는 것 같았구요.

우리 아저씨는 이렇게 해서 음악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아저씨를 통해 듣는 음악들이 어찌나 다정다감한지 저 역시도 어서 빨리 모차르트의 <소야곡>과 베토벤의 <달빛 소나타>를 직접 들어봐야겠구나 다짐하게 되었구요.

저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한껏 불어넣어 준 아저씨가 이번에는 무얼 하는지 아세요? 지금은 작가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이들을 찾으러 도서관에도 가구요, 책 속에 푹 파묻혀 있기도 해요. 특히 아저씨가 독서하고 있는 그림은요, 너무 시적(詩的)이라서 마치 그 그림에서 음악소리가 울려 나오는 것처럼 느껴져요.

잘 안 되겠지만 그림 설명을 해볼께요. 바닥에는 큰 책 한 권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어요. 그리고 카펫처럼 깔린 노란색 바탕 위에는 바이올린 하나가 사선으로 비스듬히 뉘어 있구요. 그 위에 아저씨가 양손에 책을 들고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치 바이올린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는 것 같네요. 그 미끄럼틀(바이올린) 밑에 바로 큰 책이 펼쳐져 있는 거라구요. 큰 책 속으로 퐁당 빠져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 설명이 잘 되었나요?

역시 잘 안 되었죠? 아저씨라면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저씨는 이미 여러 작가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아서 누구보다도 표현을 잘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혼자서 표지판을 닦는 동안에도 중얼중얼 강연을 하지요. 듣는 사람도 없지만 그저 자신을 위해서 강연을 하는 거래요. 어느새 전문가가 다 된 셈이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 점을 알아보고는 표지판 닦는 아저씨 뒤만 졸졸 따라다녀요. 그래도 아저씨는 귀찮아하는 법이 없답니다. 그저 쑥스러운 얼굴로 사다리 아래 모여든 사람들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서 말할 뿐이지요. 어때요? 우리 아저씨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지 않으세요?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이렇게 다 행복해 보이나 봐요.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니까요. 다들 하루종일 책만 보고 있는데도 하나같이 만족스런 표정들이거든요. 아니 아니, 이 사람들 말고도 우리 주위에는 행복한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 하룻동안 주위를 잘 둘러보세요. 누가 가장 행복한가, 혹시 내가 행복을 퍼주는 그 아저씨는 아닌가 말이죠. - 최성혜(200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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