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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사실성 깊이 스며든 따뜻함"
괭이부리말은 인천의 달동네로 예전에 그 근처에 '고양이 섬'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참으로 간난하다. 일제시대부터 가난하고 집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살았고, 6.25때는 피난민들이, 산업화시기에는 농촌에서 몸하나 믿고 올라온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단 한 번도 윤기가 흐르거나 풍요로웠던 적이 없는 괭이부리말,
그곳에도 어린이들이 산다.


봉순이 언니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는 1960,70년대 때국물 가득한 한국 사회를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 시절 일명 '식모'로 불리던 여성들의 의존적인 삶이다. 자신을 위해 살기 보다는 가족을 위해, 주인집 사람들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그들의 숨가쁜 인생 항로는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절망하는 것이 소망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소설 속 '봉순이'는 또 다시 희망을 건다.
다시금 마음 가득 소망을 걸어 본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미 닳고 닳은 주제인 '한국 전쟁'도 그녀의 구체적인 기억과 맞붙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장성을 발휘한다. 현실에서 맞부딪혀 살아낸 전쟁이기에 서술상에서의 거리감은 바짝 당겨지고 없다. 전쟁의 고약함을 온 몸으로 체화했던 박완서는 진저리치도록 끔찍한 기억으로 한국전쟁을 불러낸다. 그 점에서 <그 많던 싱아는..>은 한국 전쟁이 개인에게 어떤 기억을 남겼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가장 좋은 텍스트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평생을 `박물관인`으로 살았으며 이제는 고인이 된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선집 중에서 전문적인 논문이나 논술을 제외하고 사색적으로 한국미의 현장을 터치한 글들을 모은 책. 난해하지 않으면서 저자의 심미안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한 권으로 읽는 한국의 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천 편의 시를 외운다는 시인 신경림이 시인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에 기대앉아` 있던 신동엽의 `종로오가`에서 `무수한 포탄의 작렬과 함께 세상엔 없`는 박인환의 고향 강원도 인제까지 꼼꼼하게 답사한 기행문집이자 이들의 시 세계를 갈무리한 해설집이다.
한 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뿐만 아니라 시인의 인생, 사상, 삶의 조건 등을 굵은 포물선 그리듯 가늠하여 읽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깔려 있다.


아홉살 인생
지은이가 스물아홉해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웠던 인생이야기를 아홉 살짜리 주인공을 통해 정리한 책. 가파른 세상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유머와 재치로 삶의 의미를 전한다. 진실한 거짓말쟁이 신기종,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꾸던 골방철학자, 사랑스런 허영쟁이 장우림 등이 등장해 유쾌한 웃음과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누구나 순간순간이 자기만의 인생이듯이 인생은 결코 혼자 걸어가야 할 외로운 길이 아님을, 나는 아홉 살 그 때 배웠다."



백범일지
<백범 일지>는 1947년 최초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왔고 현재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전국민의 필독서. 27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어온 민족독립운동가이자, 자신의 전 생애를 조국과 민족을 위해 바친 겨레의 큰 스승인 백범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치적을 포장하고 허물과 과오를 덮으려는 숱한 인사들의 자서전과는 달리, 김구는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히 반성하는 사람이었다. '백정 범부'를 의미하는 그의 호가 이미 잘 말해주고 있음이다.


모랫말 아이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서울 한강변의 '모랫말'. 아직 전쟁의 상흔이 짙게 남은 그곳에서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소년 수남이가 화자가 되어, '모랫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암울한 시절, 질곡의 현대사로 남겨진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존재했고, 척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일구는 삶은 여전히 따뜻했다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를 진정한 우리이게 하고, 내일을 희망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그 그늘진 세월을 꾹꾹 밟고 건너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시쳇말로 '밑바닥' 삶을 절절히 체험해온 시인이 내놓은 산문집. "내 문학은 내 삶뿐이다"라고 말하는 시인의 산문은 유유자적하거나 고상한 것과 거리가 멀고, 대신 정면으로 삶을 그러안아본 사람의 치열성이 있다.
시인의 절실한 생활 체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담겨 있다. 충남 서산에 굳게 남아 독자적인 시세계를 일궈온 시인이 4년만에 내놓은 책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봉화에 사는 지은이는 누구를 만나든 농사꾼으로 자처하며 시종 농사짓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쉽사리 듣기 힘든 이 농사이야기 속에는 하나의 우주가, 삶에서 길어올린 지혜가 빛나고 있다.
깊은 산속의 약초같은 이야기, 솔밭 사이로 부는 바람같은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질그릇처럼 투박하나 질리지 않은, 쓸모가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마당깊은 집
6.25 직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마당 깊은 집'에 모여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삶 이야기가 감칠맛나게 그려진다. 작가는 전후의 현실은 척박했지만, 삶에 대한 의지만은 강하고 아름다웠더라고 회고한다.
그들은 모두가 공유하는 마당을 통해 서로의 삶을 힐끔힐끔 곁눈질한다. 서로를 죽일듯이 미워하기도 하고 할퀴기도 하지만, 가끔은 서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던 사람들. 우여곡절 끝에 마당깊은 집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겹고 친근하다.


삼국유사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 고대사를 다룬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일연의 <삼국유사>.
이 책은 고전 분야 베스트셀러인 <격몽요결>의 이민수가 번역한 것으로, 번역이 원문에 충실할 뿐 아니라 각주가 상세해 삼국유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 삼국유사를 좀 더 자세히, 깊이 알고 싶은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야생초 편지
여동생에게 보내는 연작 편지의 형식을 띤 이 편지들은 하나마다 하나씩의 야생초(때로는 사마귀나 비둘기 같은 동물도 섞이지만)를 소개한다.
야생초를 보며 떠올린 생각들, 야생초의 쓸모에 대한 소개와 감탄, 그리고 양심수의 정처없는 심정이 혼합된 부드럽고도 굳센 글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중국 사람들도 죽을 때까지 다 배우지 못한다는 한자. 그 글자로 쓴 한시는 어른에게도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려운 한시도 좋은 가이드를 만나 호두같이 딱딱한 한자의 껍질을 깨고 맛보는 감동은 기대 이상이다. '아. 이래서 고전이 좋구나'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언어의 '울림'이 느껴지는 한시 마흔세 수가 열아홉 개의 마당으로 나뉘어 실려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
러시아 민화를 바탕으로 씌어졌으며, 소박하면서도 간결한 이야기 속에 삶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담겨있다.
천사 미하일은 지상에서의 생활을 통해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우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선악의 싸움, 인간의 불행과 행복 등 삶의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톨스토이의 사유를 읽을 수 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시인 곽재구의 두 번째 기행 산문. 1993년에 나왔던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그가 사랑한 예술가들의 흔적과 발자취를 찾은 예술기행이였다면, 이 책은 작은 포구 마을들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과 그 불빛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가 만난 바람, 파도, 개펄, 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어 속삭이고 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다리가 불편한 영택이를 놀린 벌로 석우는 1년 동안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다 주게 된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영택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석우의 마음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석우의 변화는 다른 반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전의 작품이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힘든 현실을 알게 했다면, 이 동화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한다.


달님은 알지요
2살 아이 송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풀벌레와 꽃나무를 벗삼아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무당집 아이라는 꼬리표가 송화를 슬프게 한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슬픔과 바람을 달님에게 하나씩 이야기하는 낮달같이 맑은 송화. 도시 아이들이 잊어버린 시골의 넉넉한 자연을 배경으로사랑의 가치와 희망에 대해 나지막하게 읊어준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제주도 소설가 현기영씨의 자전소설. 한국 현대사의 심장부를 흐르는 서사성과 남도의 대자연 위에 펼쳐지는 서정성이 어우러져 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가슴 벅찬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진지하게 문학적인 고투를 계속하고 있는 필자의 열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내 생애의 아이들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며 가장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 한가득 따뜻한 온기를 지닌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보다 깊이있고 묵직한 감동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생에 대한 찬미와 긍정, 영혼에 대한 깊은 신뢰가 흘러넘치는, 훌륭한 소설이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가난한 시골 마을의 풍경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소년의 섬세한 내면이 이 작품의 배경이다. 수많은 이별과 그로 인한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의 성장기이다.
이 소설에는 서민들의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상, 어머니의 긴 세월 동안 쌓여 온 한과 슬픔, 정치적 이념 때문에 숨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 힘과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등이 주인공의 성장기와 함께 그려진다. 지은이는 아버지 없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꼬마 악동 제제의 악의없는 장난기와 순수한 영혼, 아이를 상처입히는 가혹한 세상 이야기는, 여전히 독자들의 감정선과 눈물샘을 자극한다.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얼개를 유지하면서, 한 아이가 환상과 꿈의 세계라는 껍질을 깨고 고통 가득한 현실로 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라임오렌지나무가 처음 꽃을 피우던 날, 제제는 자신의 유년시절에 이별을 고한다.



시가 내게로 왔다
많고 많은 시들 중에서 어떤 것들만 유독 마음을 오랫동안 가리우는지, 왜 이 시들은 외우지 않으면 안 되는지...
시가 차지한 자리보다 여백이 훨씬 더 많은 책에 대해서 이처럼 관대해 질 수 있는 건 김용택 시인의 시평 때문이다.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원고를 모은 것이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탄력이 떨어지고 엉성한 체계이기는 하나, 시집 뒷표지에 붙은 '추천사'와 달리 진솔하고 따뜻한 시감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매력적이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특별히 저자가 심취하는 주제는 '복잡성의 과학'으로 세상 읽기다. 우리 주위의 자연과 사회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패턴들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 속에 담긴 법칙은 무엇인가?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구멍 뚫린 물감통을 공중에서 흔들어 캔버스를 메우는 현대 미술가 잭슨 폴락의 작품 속에는 카오스 이론이 숨어 있단다. 아프리카 중서부의 원주민 마을은 프랙탈 패턴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물론 부족 주민들은 '프랙탈'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희망의 이유
이 책은 침팬지과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연구업적을 남겼던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 제인 구달의 자전적 에세이다. '생명체'에 각별한 애정을 느꼈던 어린 시절, 시와 자연과 교감하며 지적 호기심을 키웠던 사춘기, 아프리카로 건너가 저명한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난 일, 하루 종일 침팬지를 관찰하며 보낸 날들... 이 책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일생을 살았던 저자의 아름다운 삶에 관한 회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