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 주자인 동시에 보스턴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그곳을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는 데니스 루헤인은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보스턴을 배경으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그려내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켄지 & 제나로 시리즈가 주로 사회의 어두운면을 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셔터 아일랜드, 운명의 날 그리고 소개할 리브 바이 나이트는 미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좀 더 포괄적인 흐름을 독자에게 드러낸다.
데니스 루헤인의 글에서 묻어나는 리얼리티는 매우 뛰어나다.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붙잡을 수 있는 작가는 그리 흔치 않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이 잇달아 영화화 되고 있다는 점이 그가 탄탄한 스토리를 써내고 있다는점을 증명하고 있다.
리브 바이 나이트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한 스릴러로 경찰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어떻게 파멸하게 되는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당시를 배경으로한 대중 소설로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랑, 배신 음모들을 적절하게 결부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완성된 작품을 그려낸다. 독자들이 다른데에 눈돌릴 틈 없게 만드는 반전, 잇다른 사건, 속도감 등이 흥미를 끈다. 2014년 후반기에 영화화 예정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중세 시대와 연관된 음모론이 펼쳐지는 소설. 프라하에 실재하는 여섯 개의 성당과 '또 하나의' 성당, 총 일곱 성당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소재를 가진 소설들이 대부분 빠른 호흡의 헐리우드 식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곱 성당 이야기>의 도입부가 보여주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 묘사는 놀라운 것이다. 뒤이어 유럽의 오랜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를 둘러싼 잔혹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진행 속도는 차분할 정도다. 게다가 중세로부터 거슬러 온 미스터리는 체코의 지난한 현대사와 어느새 뒤섞여 욕망과 진실과 정의에 대한 혼란을 불러 일으킨다(역자 해설이 이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요약해 보여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일곱 성당 이야기>는 주인공이 오컬트적인 음모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안개 속을 헤쳐나가듯 기억과 역사와 음울한 욕망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일곱 성당 이야기>는 진정한 고딕 소설의 후예다.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덩어리이며, 그 기괴한 모습의 면면을 살펴보며 고개를 내젓고 힘겹게 추리하고 겨우 몇 발짝 씩을 내딛는 것이다. 게다가 프라하는 이 소설 속에서 퍽 아름답다. 천천히 관찰하듯이, 사건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