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 아직 아이는 없고, 사랑스런 두 마리의 고양이와 남편과 산다. 아이는 없지만, 그림책 보는 걸 좋아해서 종종 그림책을 구입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사과일까?>. 주인공 아이의 상상력으로 사과는 빨간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기계 혹은 멋진 집이 되기도 한다. 또, 사과한테 감정이 있는 건 아닐까, 형제자매가 있는 건 아닐까 기발하면서도 귀여운 상상의 세계를 마구 펼쳐낸다. 보는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내 아이에게도 꼭 읽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다른 작품, <이유가 있어요>, <이게 정말 나일까?>도 구입하여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신간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겨서 즐겁다.
- 에세이/종교MD 송진경
이 책의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해봐야 소용없다. 작가는 주인공인 두 소년이 ‘관계’를 뜻한다고 했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게 책의 내용과 연결된다는 건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사실은, <여름의 규칙>은 한데 꿰어지지 않은 조각들이다. 나는 알고 있다. 숀 탠의 그림들의 배경을 구성하는 ‘평범’한 사물들로 이루어진, 무겁게 가라앉거나 약간 탈색된 풍경들 속에서 우리가 살았고, 그 풍경 속에서 기괴하고 신기한 것들을 꿈꾸거나 ‘만들어내면서’ 소년의 시기를 통과해왔던 것이다. 이 책 속의 의미 없는 다짐과 강령들(때로 의미있는 것도 있지만 그건 우연일 것이다)은 아이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싯돌에 불과하며, 아이들은 그 덧없는 문장들을 통해 고독하고 광막한 풍경 속에서 꿈의 불꽃을 피웠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살았었다. 그리고 이 책의 구조를 의아해하는 당신도 한때는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 외국소설/예술MD 최원호
어릴 적엔 그저 웃으며 읽고 넘겼던 이야기들이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나에겐 ‘원숭이 꽃신’이 대표적으로 그런 동화 중 하나. 취업준비생 시절 앞뒤를 뻥뻥 뚫어주는 부모님을 가진 친구가 부러울 때나, 의지했던 사람을 잃고 삶이 막막하게 느껴지던 순간에도 나는 읽은지 20년도 넘은 ‘원숭이 꽃신’을 되새김질 하곤 했다. 잠시의 편안함에 쉽게 꽃신에 발을 내주었다가는 언젠가 제 발로 걷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내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지금도 나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어린 동생들에게 (다른 어떤 자기계발서도 아닌) 이 동화책을 쥐어주곤 한다. 그들도 꽃신을 벗어던지고 더 큰 자유를 찾길 바라면서.
- 전자책MD 김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