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편집자들은 숨어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뒷날개 접힌 어디나 페이지 사이사이에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흔적들을 남겨놓곤 혼자 웃는 사람들이다. 몇 달 간격으로 문학동네작가상과 젊은작가상을 연거푸 수상한 장강명 작가는 시상식 때마다 이런 편집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공개적으로 이름을 불린 것이 몹시 부끄러웠지만, 뭉클했다.

무심한 듯 지나치면서도 속으로는 내내 마음을 쓰는 사람, 장강명 작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소설에 풀어낸 인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젊다고 말할 수 있는, 대체로 삼십대를 넘지 않는 인물들에게 작가는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인다. 자신도 그러했으므로, 혹은 자신은 그러했으나 당신들에게도 그러해야 함을 미안하다는 듯이. 장강명 작가는 수많은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왜 그만큼 ‘최선의 삶’을 살 수 없는지 지속적으로 묻는다. 우리 중 누구 하나 그때를 지나오지 않았거나 부정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장강명의 소설에 몰입하고 분노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다. - 문학동네 에디터 이성근
1975년 서울 출생.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이 있다. 수림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제주4·3평화문학상, 2016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입니다. 저는 원래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역사의 발전에 대해서도 막연히 회의적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권의 책에 그런 거대한 주장의 근거들을 다 담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이 책은 두께도 사뭇 충격적이지요! 그런데 전혀 어렵지 않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겁먹지 마세요.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끌리시나요? 피하시는 종류의 책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논쟁적인 요소가 있는 이야기에 끌립니다. 저의 글에도 좀 그런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머릿속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뒤 명확한 을 주지 않는 책은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찜찜한 기분이 드는데, 그런 찜찜함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가장 꺼리는 책은 ‘모든 것은 자본주의(또는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저자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집필한 듯한 책입니다.
대통령께 단 한 권의 책을 권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권하시겠습니까?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2013년 이후』입니다. 바쁘실 테니 참모들을 통해 요약본으로 보고를 받으셔도 됩니다. 다음이나 다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분들도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부실한 공공과 강하고 영악한 사익집단’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한국 정치와 정책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정리한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입니까? 죄책감을 느끼면서 즐기는 책이 있나요?
논픽션과 소설을 선호하고, 소설 중에서는 SF와 스릴러를 대책 없이 좋아합니다. 책을 읽다가 길티 플레저를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이 따위 물건을 만들기 위해 나무가 희생됐다니’라며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적은 더러 있습니다만, 제가 그 순간을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가볍고 즐거운 책을 읽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걸까요? 유독 우리 사회 분위기가 독서를 너무 엄숙하고 근엄한 행위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풍토가 오히려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요.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입니다. 몇 번이나 읽었고, 너무 빠져든 나머지 그 책 속 내용을 현실로 믿고 싶어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까 어렸을 때 받았던 감흥은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제일 적당한 시기에 만났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용이 참 거시기하네요. 자살하는 동화 속 주인공이라니…… 오 마이 갓. 그 외에 아이디어회관과 팬더북스의 아동용 SF들도 탐독했습니다. 1990년대 말에 한국 SF 팬들이 아이디어회관문고 책들을 전자문서로 복원할 때 저도 참여했습니다.
고인이 되었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가운데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작가의 생각 중에 중요한 것은 다 책에 들어가 있다고 여기는 터라, 살아 있는 분이건 돌아가신 분이건 직접 뵙고 싶은 작가는 없습니다. 오히려 몇몇 작가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어 다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독자로서 어떤 작가와 동시대를 산다는 데에는 유리한 점도 불리한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동안 ‘도스토옙스키, 또 도박 물의…… 언제 버릇 고치나’ 같은 뉴스를 접하고 싶진 않거든요. 작가는 책으로 만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시대의 작가들 중에서도 미래의 독자들이 더 깊이, 더 잘 이해할 분들이 계실 거라 믿습니다.

 

 

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해 시상해온 젊은작가상의 일곱 번째 수상작품집.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는 알바생의 해고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대화를 들려주며 우리의 젊은이들을 그악스럽게 돌변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뼈아프게 드러낸다.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결에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 그리고 그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는 한 오타쿠 청년의 실화를 소재로 한 성장 소설이다.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에바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오타쿠 청년의 성장담을 픽션을 가미해 취재기 형식으로 그렸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생각에 관한 생각
단 한번의 시선 1
조지 오웰은 1920~1930년대 파리와 런던 빈민가에서 접시닦이와 노숙자로 연명했고,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르포 형태의 이 소설을 썼습니다. 너무 너무 비참한데 동시에 너무 너무 웃깁니다. 서늘하면서 따뜻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분량도 부담 없습니다.
수학책보다는 슈퍼히어로 대하드라마 쪽에 훨씬 더 가까운, 짜릿한 논픽션입니다. 인류 대표 천재들이 삼백여 년 동안 수수께끼 하나에 매달려 미치기도 하고 자살하기도 하다가, 1995년에 끝내 답을 찾고야 맙니다. 인물들은 개성만점이고, 서스펜스에 반전까지 있어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가 쓴 책, 『국부론』과 같은 고전이 될 책’이라는 말에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두꺼워서 그렇지 대학생 정도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실수하는지 살펴보십시오. 초판 번역이 그새 좀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한 부부 앞에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뜬금없이 나타납니다. 사진 속 젊은 남녀 중 한 여성의 얼굴에는 ‘X’자 표시가 돼 있고, 그 옆의 남자는 아무리 봐도 남편 같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다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됩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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