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오디오북)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최승훈 낭독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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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실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혼미해져 버렸다. 하나하나가 자연의 단 한 번의 소중한 시도인 사람을 무더기로 쏘아 죽이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단 한 번 살 수 있을 뿐인 소중한 목숨이 아니라 면, 우리 하나하나를 총알 하나로 정말로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 번 서로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이 없는 하나의 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하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 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누구 속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속에서든 피조물이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속에서든 한 구세주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사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는 한다. 그리고 느끼는 만큼 수월하게 죽어 간다. 나도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좀 더 수월하게 죽게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 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개미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더러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인간이 되기를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 이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 어머니가 같다. 우리 모두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 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 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 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풀이를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용기와 나름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늘 몹시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거든. 겁 없고 무시무시한 족속 하나가 돌
아다닌다는 것은 몹시 불편한 일이었지. 그래서 이제 이 족속에게 별명과 우화를 덧붙여 놓은 거야. 복수하기 위해, 견뎌 낸 무서움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별로 해롭지 않게 억제해 두기 위해.

내 의지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즉시 기회를 포착한 거야.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 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당시에 나는 흔히들 말하는 대로 우연에 의해 특이한 도피처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절
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
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그것으로 인도한 것이다.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지는 마.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인류가 가는 길에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오로지 그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었어. 그것은 모세와 부처에게 적용되고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에게도 적용되지. 어떤 흐름에 봉사하느냐, 어떤 극(極)의 다스림을 받느냐 하는 것은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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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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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의 노력을 생각했다. 너와 언쟁하지 않으려는 노력. 먼저 화내지 않고 상황을 견디는 노력. 그것은 다음처럼 바꿔 말할 수도 있었다. 너와의 언쟁조차 포기한 사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만 회피하려는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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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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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경찰? 경찰이 뭘 해주는데요....."
"어린아이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경찰도, 법원도, 감옥도 OO 씨에게 뭔가 해주는 곳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전부 사회를 위한 존재죠. 당신을 위해 뭔가 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저예요. 저로서는 당신이 더 이상 비겁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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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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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 그런데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관계는 그것대로 또 얼마나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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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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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사람을 뽑을 때에는 후보의 능력보다는도덕성을 더 중시한다. 그들은 정부의 행정 업무가 인류에게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 어떤 지위가 되었든 인간의 평범한 이해력만 있으면 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의 섭리는 공직 수행을신비한 업무로 보지 않고, 그래서 천재의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천재는 한 시대에 세 명이 나올까 말까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진리, 정의, 절제 등의 미덕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경험과좋은 의도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런 미덕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나라의 공직에 나설 수 있다.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 위에기어 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

왕은 이 무서운 무기에 대한 나의 자세한 설명과더 나아가 그 무기를 만들겠다는 나의 제안을 듣고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같이 무능력하고 비천한 벌레(이것은 국왕의 표현이다)가 어떻게 그런 비인간적인 생각을 품을 수가 있는지 경악했다. 또 그런파괴적인 무기가 가져오는 유혈과 살육을 묘사하면서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전혀 동요하는 빛없이 말하는 것도 괴이하다는 것이었다. 국왕은 그런 파괴적인 무기는 분명 인류의 대적인 사악한 악마가 최초로 만들어 낸 무기였을 거라고 말했다.
왕은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예술과 자연의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겁게 여기지만, 그런 끔찍한 무기의 비밀을 아느니 차라리 그의 왕국 절반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가 목숨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앞으로 그런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나약하고 병든 몸, 야윈 얼굴, 누렇게 뜬 안색이야말로 진정한귀족 혈통이라는 표시입니다. 건강하고 원기 왕성한 외양은 귀족에겐 무척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세상사람들이 그를 보고 진짜 아버지는 마부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체가 불완전하니 이들은정신마저 불완전합니다. 이들은 심술, 둔감, 무지,
변덕, 호색, 오만의 혼합물입니다. 이런 걸출한 집단의 동의 없이는 어떤 법도 제정되거나, 폐지되거나, 변경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귀족들은 우리의 모든 재산을 결정할 권리를 지니며, 이는 항소 대상도아닙니다.

절제, 근면, 운동, 청결은 젊은 후이늠이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이다.
주인은 집안일 몇 가지를 빼놓고 우리가 여자에게남자와 다른 교육을 시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종족 절반이 아이를 낳는 일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정말 옳은 말이었다. 또한 자식을 그런 쓸모없는 동물(여자)에게 보살피게 맡기는 것도 엄청나게 야만적인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성의 통제를 받으며 사는 후이름들은자신들의 훌륭한 특성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건 내다리나 팔이 멀쩡히 있다고 자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팔이나 다리가 없다면 틀림없이 비참하겠지만, 그것이 있다고 자랑하는 자 또한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내가 이 주제를 길게 언급하는 건 영국의 야후 사회를 어떻게든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어리석은 악덕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자는 내 앞에나타나지 말기를 간청한다.

여기서 주인은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내게 한 설명대로라면 이 변호사란 자들은 틀림없이 놀라운 지성의 소유자인데, 지혜와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맡지 않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에 나는 주인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늘 하는 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에서 우리 중에 가장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도 가장 비열하며 모든 지식과 학문에 대해 공적 노릇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직업에서 익숙하게 왜곡을 일삼았던 것처럼, 모든 다른 화제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이성을 왜곡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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